초기 창업자의 환골탈태
초기 투자자로서 활동하며, 스타트업내에서 공동창업자의 이탈을 상당히 자주 보게 된다.
최근에 공동창업자가 이탈하며 홀로남게 된 창업자들이 공동창업자의 이탈 이후 극적인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을 보며 놀란 일이 있다. 팀의 구성이 깨지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되려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게된 경우다.
1.
그분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초기 공동창업자와 함께 할 때에는 본인의 색깔을 온전히 내지 않고(혹은 못하고) 모호하게 팀을 대변하는 역할을 주로 해오던 창업가들이었다. 하지만 공동창업자가 이탈한 이후로는 이전보다 명료한 상태로 회사를 진두지휘 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물론 사업을 함께 하던 파트너들의 이탈에 따른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파이팅 일수도 있다. 공동창업자들과 많은 논쟁을 벌이며 결론나지 않는 이야기들만 매번 하느라 힘들었을텐데, 이제 그런 분쟁을 겪지 않아도 되니 홀가분해진 것이 이유일수도 있고..
이유야 어찌됐든, 이분들에게서 여러 의사결정들의 과정과 이유를 들어보며 이분들이 예전보다 뚜렷한 관점을 세우고 업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환골탈태한 것이다.
아주 다른 두 회사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과 대표님들이 실무가 너무 많아 일이 항상 많았다는 정도. 월별로 진행되는 회의에서는 대체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구분되지 않는 상태 같은 느낌이었었다.
2.
이러한 변화의 비밀은 ‘공동창업자의 이탈’이라는 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거쳐간 과정에 있지 않나 싶다. 갈등없는 이탈은 없기에 갈등의 원인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대화와 성찰을 했을텐데, 이런 과정을 통해 ‘창업자로서의 자기다움’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발견한 자기다움을 토대로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을 구분짓게 되며, 그동안 인정하기 싫었던 문제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수 있게 된다.
결국, 파트너의 이탈이라는 어려운 사건이 창업자로서의 명료함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닐까?
3.
조력자로서 나는 갈등을 겪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자기다움을 발견하도록 조언하고, 갈등관계에 놓인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갈등은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다움의 발견과 갈등관계에 놓인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회사의 대의와 이어진다면 함께 앞으로도 함께할 수 있는 길이 보이게 되고, 그렇지 않다면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무엇보다 그래야만 만족스러운 선택을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함께 하게 되고, 함께 하지 못하게 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깨달았는지가 중요하다. 특정사건에서의 실수와 실패가 사업의 성패를 좌지우지 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정에서 얻을 것이 있다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 작은 사건은 후일의 성공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조력자의 역할은 가까이서 창업자에게 공감하면서도, 멀리서 문제를 바라보며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며 조력을 해야하기에 온도 조절을 잘해야 한다. 어떠한 상황을 막기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창업자가 그 과정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게 조력해야만 한다.
4.
극초기 팀들이 대부분 사업의 가설을 검증하고 성장세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하기 마련인데, 창업자들이 기대하는 성장세는 기대한 시점에 오지 않는다. 성장세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회사가 성장하지 이유를 서로에게서 찾게 되면서 팀내 긴장이 고조된다. 사실 회사가 한계상황을 맞이 했다는 것은 창업자들이 능력의 한계점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초기 공동창업팀의 경우 능력의 한계지점을 넘어서는 경험을 하지 못하면, 결국 초기에 결성한 팀은 와해된다. 누군가가 성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통해 리더십을 보이며, 다른 팀원들이 성과를 위해 해야할 일들을 만들어 내야 팀이 원할하게 돌아갈 수 있다.(어느 경우는 정말 안타깝게도 공동창업자들간의 자존심 문제로 인하여 서로의 능력에 대한 인정을 하지 않게 되며 팀이 와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회사의 성장 정체, 공동창업자가 맞닥뜨린 능력의 한계는 공동창업자들간의 신뢰관계에 도전을 가한다. 이러한 과정은 초기팀일수록 필연적으로 겪게될 일이긴 하지만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공동창업자간의 원칙이 잘 형성되어 있고, 변화하는 상황에서 바람직한 결론을 낼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말이다.
5.
개인적으로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공동창업은 여전히 장려하고 싶은 형태이다. 본엔젤스도 공동창업한 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창업자들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각자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면 스타트업의 실패확률을 줄이고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하는 것이 이상적이기에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가 각자의 불완전함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공동창업은 고통스럽다.
이 고통스러운 공동창업을 장려하는 이유는? 창업은 혼자하든 여럿이 하든 힘들다. 똑같이 고통스럽다면 성공확률이 높은쪽을 선택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6.
공동창업자들의 이탈이 있었던 팀은 ‘명료함’은 찾았지만, 함께할 새로운 경영진을 찾아야 한다. 또다른 숙제이긴 하지만, 함께해야할 사람을 구분하는 능력은 기존보다 더 나아졌을 것이기에 더 좋은 인연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경영진 구성에 있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거나, 힘든 경험으로 인해 주저할 수도 있으니 적절한 조력은 여기서도 필요로 된다.
7.
투자를 통해 창업팀과 맺는 ‘연’을 통해 창업자들이 견뎌내는 인고의 시간을 곁에서 함께 하게 된다. 창업가들을 곁에서 조력하며 그들의 시간을 기억하고 후대창업가들에게 배움을 전달하는 것이 투자자로서의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투자자로서 기억과 기록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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